나랏빚 'GDP 절반' 눈앞..재난지원금 '선별지원' 힘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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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GDP 절반' 눈앞..재난지원금 '선별지원' 힘받나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8.25 0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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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올봄과 같이 '전 국민' 대상이 된다면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올 들어 4번째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짜고 국채를 찍어낸다면, 내년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 절반에 육박할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8.24/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8.24/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2차 재난지원금도 1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준다면, 100% 국채 발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올봄과 같이 '전 국민' 대상이 된다면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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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올 들어 4번째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짜고 국채를 찍어낸다면, 내년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 절반에 육박할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이에 재정 당국은 '전 국민'이 아닌 '선별' 지원에 힘을 싣고 있지만, 보편복지 노선을 이어가야 한다는 여권 내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당분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전 국민 지급) 형태로 2차 지급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라 살림을 관할하는 기재부를 이끄는 홍 부총리는 사실상 우리나라 재정을 책임지는 '수문장'에 해당한다.

이러한 홍 부총리가 "1차 지원금을 지급할 때는 정부가 기정예산을 구조조정 해 10조원 이상을 마련했다"며 "2차 지원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준다면 100% 국채 발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후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재난지원금 총액은 전부 정부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2020.8.24/뉴스1
2020.8.24/뉴스1

◇'GDP 대비 45%' 전망 빗발…"지급 명분 확실해야"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1차와 유사한 규모로 추진한다면, 나랏빚 증가 속도가 크게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3번에 걸쳐 총 59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로 인해 올 연말 한국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 때의 740조8000억원보다 무려 100여조원 급증한 84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본예산을 짜면서 계획한 국가채무 805조2000억원보다 35조원 늘어난 금액이다. 또 우리나라가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입인 GDP(약 1919조원) 대비 43.5%에 달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재난지원금이 이전과 동일한 12조2000억원 규모로 지급된다면,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4%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만 해도 37.1%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었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년 만에 7%포인트 이상 급증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곧 공개될 내년도 예산안에도 국가채무가 포함될 텐데, 이 경우 채무비율은 조만간 45%를 가뿐히 넘어설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수결손 규모를 따져봤을 때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결론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봤을 때 2차 재난지원금은 지급 자체에 확실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는 "1차 지원금은 소비 진작과 소득보완 등 몇 가지 목적이 있었다. 2차 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이러한 목적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며 완곡한 지급 '반대' 입장을 표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8.24/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8.24/뉴스1

◇2차 지급액, 모두 '빚'으로…45% '상징성' 무시 못해

한 해 GDP 대비 채무비율 45%선은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앞서 세계 주요 신용평가사 대다수가 이러한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예컨대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늘어날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난 2월 밝혔다. 또 다른 3대 신평사인 무디스는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로 "한국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45%선을 지키면서 견조한 재정 여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들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난지원금이 아닌 다른 지출을 줄이기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은 지난 4월 말 총 12조2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당초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한정하려던 기재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2171만 가구로 확대를 밀어붙이자 백기를 들었다.

그 결과,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총액은 당초 정부안 7조6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이 늘었다.

정부는 늘어난 예산을 국채 3조4000억원, 세출 구조조정 1조2000억원으로 충당했다. 원래 기재부는 재난지원금을 국채 발행 없이 오로지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주겠단 계획이었지만, 여당의 거센 요구에 국채 발행을 감내하고 여기에 추가적인 지출 구조조정까지 해야 했다.

지출 구조조정이란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예산사업 일부를 감액하거나 지출시기를 미뤄, 당장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 소요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가리킨다. 2차 추경에 뒤이은 3차 추경에서는 10조원을 넘는 역대 최대 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3차례의 추경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집행되기 어려운 사업을 구조조정했다"며 "이제 구조조정 할 사업들은 사실상 거의 다 했다"고 강조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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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쳐낼 지출이 없으니, 2차 재난지원금 총액은 모두 국채 발행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쌓이게 된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제출 법정 기한(9월3일)을 코앞에 둔 기재부로서는 수해 복구와 코로나19 방역, 경기부양책 등 다음 해에 반드시 편성해야 할 지출들을 포기할 순 없다. 더는 잘라낼 가지가 없다고 나무의 몸통을 칠 수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은 이러한 재정 당국의 우려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전날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는 이번 주까지 확진자 증가 추이를 기초로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자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어려운 분들을 더 잘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부겸 민주당 대표 후보,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내 주요 인사가 여전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어 정부 입장이 최종적으로 관철될지는 안갯속인 상황이다.

icef08@news1.kr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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