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간디 아들, 아룬 마닐랄 간디의 희생적인 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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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간디 아들, 아룬 마닐랄 간디의 희생적인 산 교훈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1.03.17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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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나는 지난 17년 동안 너를 올바르게 키우고자 노력했단다. 그런데 너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구나.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다.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가겠다. 그리고 네가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나쁜 아빠였다면, 부디 나를 용서해주기 바란다.”
아룬 마닐랄 간디(Arun Manilal Gandhi, 1934년
아룬 마닐랄 간디(Arun Manilal Gandhi, 1934년

20세기 최고의 성인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던 인도의 지성 간디의 손자에 관한 얘기를 소개한다. 간디의 손자 아룬이 어느 날 아침 차를 몰고 아버지를 사무실까지 모셔드린 적이 있었다. 도착 후 아버지는 아룬에게 차가 소리가 심하게 나니 정비소에 가서 수리해서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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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은 차를 끌고 정비소로 갔다. 예상외로 차 수리가 일찍 끝나 겨우 낮 12시 밖에 되지 않았다. 5시 반까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때우나 차를 몰면서 생각하다가 극장에서 두 편을 동시 상영하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보니 두 편을 다 보더라도 늦을 것 같지 않았다.

차를 주차한 후에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너무도 재미있는 터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에야 비로소 황급히 시계를 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시계는 이미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뿔싸! 아룬은 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와 차를 몰고 아버지의 사무실로 갔다. 이미 주위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무실 밖에서 혼자 서 계셨다.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아들아, 네게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 않았나 무척 걱정했단다. 도대체 왜 이리 늦게 왔느냐?” 아룬은 갑자기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휴, 둔한 정비사들 때문에 이렇게 늦었어요.

그 놈들 실력도 없이 차를 고치려 하다가 좀 전에 겨우 고쳤지 뭐예요. 그래서 늦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 이 말에 아룬은 아버지의 인상이 찌그러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만일 우리가 아룬의 아버지였다면, 어떻게 행동할 거 같은가? 아들이 방금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들에게 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보라. 이럴 때 한국 아버지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의 앙케이트 랭킹 5위에서 1위까지 한번 보자.

'야심만만' 에서 하듯이 한번 알아 맞춰보라. 5위부터 1위까지 거꾸로 알아 맞춰보자. 5위는 뭘까?

*5위: 차에서 내려 걸어가게 하고 혼자 운전해 집으로 간다(7%).
*4위: 어디 갔다 왔냐고 묻고는 당분간 외출을 금지 시킨다(13%).
*3위: 자동차를 당분간 못쓰게 벌을 준다(21%).
*2위: 말로써 따끔하게 꾸중하고 책망한다(23%).
*1위: 줘팬다(36%%).

역시 한국 사람들은 말보다는 주먹이 더 가깝다. 자, 그러면 아룬의 아버지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한번 보자.“이젠 차가 소리 나지 않아요. 아버지. 어서 타세요.” 아룬이 운전석에 올라타며 말했다. 그때 아버지는 차에 타지 않은 채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타세요. 아버지. 어서 집에 가셔야죠.” 아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차를 몰고 집으로 가거라. 나는 걸어가겠다.” “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서 타세요, 네?” “못 들었느냐? 난 집까지 걸어갈 것이다. 어서 너 먼저 가거라.”

아룬은 몹시 당황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장장 15km가 넘는,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근심에 찬 목소리로 아룬은 아버지 뒤를 차로 따라가면서 말했다. 

 “아들아, 나는 지난 17년 동안 너를 올바르게 키우고자 노력했단다. 그런데 너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구나. 나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다.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집까지 걸어가겠다. 그리고 네가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내가 그렇게 나쁜 아빠였다면, 부디 나를 용서해주기 바란다.”

실은 약속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오지 않는 아들이 아버지는 너무 걱정이 됐다.  그래서 정비소에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이미 모두 다 파악한 상태였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아룬은 아버지께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버지는 걷기 시작했다. 아룬은 천천히 차를 몰아 아버지를 뒤따르면서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다신 안 그럴 테니, 제발 타시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니다, 아들아, 너 먼저 가거라. 어서 집으로 가!” 하시곤 끝내 그 먼 길을 걸어 가셨다.

결국 두 사람은 거의 5시간이 지난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잠자리에 드셨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침에 일어나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이 식사 후 출근하셨고, 아룬은 그 후로 그 어떤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얘기이다. 깊은 감동이 몰려오지 않는가?

필자 신성욱 교수

우리 보통 아빠들과 마하트마 간디의 아들인 아룬의 아버지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만일 우리처럼 거짓말 아들에게 마구 화를 내고, 눈물이 쑥 빠지도록 야단을 치거나 회초리로 사정없이 때린다면,

우선 짧은 순간은 효과를 볼 수 있을 런지 모른다.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아들은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어떻게든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진심이 아닌 거짓 뉘우침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억울한 심정으로 아버지를 내심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룬의 아버지는 깊은 자제력을 발휘해서 침묵으로, 자기가 대신 벌을 받음으로 아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커다란 교훈을 주었다. 이 글을 쓰는 내게도 말이다. 아, 이것이 오늘 나와 우리 모두의 산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신성욱 교수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교수이다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공부했음, University of Pretoria에서 공부했음,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음,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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