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신세계 혹은 망명지. 박선화 심리학자

<외부칼럼> 자신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의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주류개념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기득권층이 구축해 놓은 가치 프레임을 통과하도록 강요를 당 할 필요가 없다. 박동현 기자l승인2019.02.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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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 박선화. 2018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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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저자

유튜버로 불리는 1인 방송인이 초등학생들의 꿈 순위 상위에 올랐다고 한다. 연봉 수십억 원을 버는 파워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와 함께, 1인 방송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대도서관’이 스타로 등장한 지 오래라 놀랍지는 않다.

변화되는 미디어 환경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관음증과 노출증에 빠진 철없는 이들의 일탈이나 근본 없이 돈 벌기에 눈먼 사회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면들이 있다. 연예인을 선망하듯 유명 유튜버가 되겠다는 초등학생들로 인한 부모들의 고충이 들리고, 그저 관심 받기 위한 자극성 영상도 부지기수다. 스타가 되는 것은 당연히 하늘의 별 따기이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뼈를 깎는 일이고, 성공한 1%에 가려진 99%의 그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열풍에는 한 때의 유행이나 사행심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많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핵심은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라는 점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단계론을 빌리자면, 21세기 한국을 사는 신세대들은 생존이 과제였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단계에 들어서 있다. 사회안전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지만, 최소한의 생존, 안전과 같은 하위 욕구를 넘어서 사회적 공감, 인정, 자아성취라는 상위 욕구 단계로 진입 중이다.

고봉밥을 주는 식당보다는 음식의 스타일이나 공간이 오감과 자부심을 자극하는 곳을 찾는 세대에게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기존의 미디어 환경은 지루하고 진부하다. 소통 콘텐츠가 다양한 데다 쌍방향이고 대상은 전 지구적이며 반응속도도 빠른 유튜브 공간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남다름이 장점으로 인정받는다.

▲ 심리학자 박선화 저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내용 :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미덕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누군가의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주류개념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세상은 늘 기성세대, 혹은 기득권층이 구축해 놓은 가치 프레임을 통과하도록 강요되어 왔다.

영어, 수학, 명문대 졸업장과 스펙만이 중요하고, 태어난 지역과 외모, 심지어는 권력자 앞에서는 눈을 내리깔아야 하는 다소곳한 태도가 더 중요했다. 유튜브는 이 부조리한 유통망 속에서 억압된 수많은 개성과 재능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괜찮은 대안공간이다.

대도서관을 비롯한 유명 유튜버들 중에는 고졸임을 밝히며 취업 사각지대에서 탈출구를 찾았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페이스북이 스펙과 무관하게 자유로운 생각과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파격적인 공간임에도, 문자 위주의 특성상 지식인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 비해 구술과 영상 위주의 유튜브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맛깔스러운 추억의 요리를 보여주거나 개그감 충만한 할머니의 유명세도 가능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못다 핀 재능도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력서도 필요 없고 용모 단정하지 않아도 되고 말을 조리 있게 못해도 된다.

기성 미디어나 취업시장이 엘리트주의와 수익성에 갇혀 수용하지 못하던 소수들, 아니 정확히는 수많은 소수들로 구성된 소외된 다수의 취향을 폭넓게 전달할 수 있는 재능의 직거래 장터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엉터리 같고 잡동사니 같은 그 공간이 사랑스러운 이유다.

최근 많은 화제를 모았던 <SKY캐슬>은 욕구이론에 관련된 흥미로운 상황을 보여주었다. 생존과 안전이라는 하위단계의 불안이 강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성공과 지위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욕망에 도달한 이후에도 여전히 결핍감에서 헤어나지 못한 이들은, 자신들과 달리 상위욕구를 갈망하게 된 자녀 세대와 불화하는 아이러니에 봉착한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한 이전 세대들을 비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 낡은 시스템에 대한 한탄보다는 새로운 세대와 소외된 다수가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다. 유튜브가 그 작은 출구 중 하나가 되고 있음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박동현 기자  p7650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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