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 하나님의 공의 상실하고, 세습 용인 안에 많은 사람들 손 들어
새문안교회 이상학 목사와 함께, 연동교회 김주용 목사도 지난 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의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를 비판하는 설교를 전했다.
김주용 목사는 총회 이후 첫 주일이었던 지난 9월 29일 ‘교회 회복: 말씀선포- 케리그마’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시작하면서 “총회에 다녀와서 설교를 다시 써야 했다”며 운을 뗐다.
김 목사는 “지난주 우리 교회가 속한 총회가 포항에서 열렸다. 한 교회 세습 문제를 결정하기로 했고, 세습을 인정하기로 했다”며 “본의 아니게 이번에 총회에 첫 번째로 참석하게 됐는데, 참담하고 부끄러웠다. 돌아오는 열차에서 이 부끄러운 소식을 어떻게 성도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시는 대로 그 교회(명성교회) 목회자 세습이 용인됐다. 구체적으로는 세습방지법을 그대로 두고, 그 목사와 아들, 그 교회의 세습만 인정해 주기로 했다”며 “헌법 위에 대형교회가 있고, 하나님 위에 그 목사와 아들이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주용 목사는 “이 결정을 세상 곳곳에서 잘못 됐다고 외치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상황을 보면서 한 동화가 생각났다”며 ‘벌거숭이 임금님’ 내용을 설명한 후 “지금 우리 교단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우리 교단은 ‘벌거숭이 임금님’이 됐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발가벗겨졌어, 문제가 있어’ 라고 외치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다. 아니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우리 교단의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비웃고 걱정하는데, 세습을 용인한 그 교회와 목회자들만 모른 척 아닌 척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교회 원로목사가 총회에 와서, 본인의 교회와 자신과 아들이 피가 나고 상처가 났다면서, 상처를 닦고 품어안아 달라고 했다. 감정에 호소한 것”이라며 “법이 있고 원칙이 있고 하나님 공의가 있는데, 감정에 호소했다. 많은 총대들이 법과 원칙, 하나님의 공의를 지켜달라는 교회를 향한 시대정신을 상실한 채, 많은 사람들이 세습을 용인하는 안에 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얻어맞고 상처받은 것은 그 교회와 목사와 아들이 아니라, 우리 예수님 아니신가. 주님의 몸된 교회가 그 문제 때문에 상처나고 피 흘리는 것 아닌가”라며 “예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수십 억원을 결제하고 수십 만명이 복종하는 그 자리를 아들에게 주셨을까. 당연히 그러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주용 목사는 “그런 가정법을 떠나, 우리 총회는 아름답게 만든 세습방지법대로, 개혁하는 교회는 개혁해야 한다는 종교개혁 정신대로 이 건을 처리했다면 그것을 절대 용인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실 진짜 얻어 터지고 피가 나고 상처입은 것은, 교회가 하나님의 공의로 바로 서기를 순수하게 기도했던 여러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총회 장소 바깥 도로 건너편에서 시위할 수 있는 공간도 얻지 못한 채, 젊은 신학생들과 청년들이 ‘세습 반대, 교회를 지켜주세요’라고 외쳤다”며 “거기에는 우리 교회 전도사님, 우리 교회 청년들도 있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주용 목사가 설교 도중 보여준 관련 기사들. ⓒ유튜브 캡처
김 목사는 “타 교회 한 젊은 가정이 심각하게 교회에서 나와야 할지 아예 신앙을 버릴지 걱정이 되어 제게 상담하러 찾아왔다. 그 교회가 세습을 인정하는 강사를 부흥회에 부른 것”이라며 “그런 설교를 들으면서, 젊은 가정들은 ‘이 교회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 걱정한다.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도, 나눌 사람이 없어 저를 찾아왔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상에서 얻어 터지고 상처 입고 고통 가운데 빠진 것은 그 대형교회와 목사, 아들이 아니라, 그들 때문에 하나님이 주인 되신 교회를 보지 못하고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져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여러분”이라고도 했다.
김 목사는 “그 교회의 세습 때문에, 우리 교단은 지난 4년간 23만명이 교회를 떠났다. 우리 규모 정도의 교회 7-8곳이 없어진 것”이라며 “저출산으로 교육부서에 자녀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청·장년 성도들이 줄어든 이유 중 중요한 것은 법 위에 있는 대형교회 때문이다. 깨어 있는 성도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백억원 되는 교회의 세습을 인정하라고 주님이 고난의 십자가를 지셨을까. 자괴감에 빠져, 설교를 준비하기 너무 힘들었다”며 “전에 준비했던 설교를 내려놓고 회개와 기도를 했다. 여러분께도 사죄 말씀을 드리고자 총회 상황을 길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김주용 목사는 “미국에서 개척하고 1년만에 자립해서 위임식을 치렀다. 공식 질문을 마치고 마지막 질문을 들었다.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줄 것입니까?’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며 “아들에게도 물으셨다, 2살인데(웃음).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 교인들도 그 문제는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재산처럼 부자 지간에 주고 받으려는 것에 의분을 품어야 한다. 성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보고 그들의 상을 엎으셨던, 예수님의 의분이 있어야 한다”며 “총회는 (세습을) 인정했지만, 저는 소수자로 남아 끝까지 비판자의 자리에 앉아 있겠다”고도 했다.
더불어 “착한 목자는 하나님 앞에 바른 목회자가 돼야 한다. 그런 착한 목자가 되고 싶다”며 “120년 전 교회를 설립하신 게일 선교사님의 뜻을 이어받은 연동교회 위임목사로서, 더욱 하나님의 의를 지키는 목회를 하고자 한다. 성도 여러분들께서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설교 내용에 대해, 총회에 참석했던 교단 총대들은 “그러면 총회 때는 왜 이런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냐”, “담임 목회 경력 1년도 채 안 된 목사가 총대로 참석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특혜”, “아직은 조용히 목회하면서 배워야 할 때인데, 벌써 총회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가”, “미국에서 목회하다 들어와서 총회에 처음 참석했을텐데 뭘 안다고 저러는가”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