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씨,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떨고 있을 겁니다. 8일 오후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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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씨,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는 떨고 있을 겁니다. 8일 오후 진중권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2.08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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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박근혜의 경우 공천개입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개입은 공천개입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공천은 당내의 문제지만, 선거는 국민의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거니까요.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승인이나 지시"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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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에 등장한 황운하 

검찰이 조사도 안 하고 기소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기소하는 데에 굳이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객관적 물증을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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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그에게 후보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정말 그에게 죄가 없다고 믿어서가 아닐 겁니다. 상식적으로 어느 정당이든 중대한 범죄로 기소까지 된 사람에게 후보자격을 주지는 않거든요.

그럼에도 민주당에서 그에게 적격 판정을 내렸다면, 그것은 그가 연루된 범죄의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다. 즉, 그를 부적격으로 판정할 경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실을 당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야당들은 선거기간 내내 그것을 쟁점으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공소장에 '대통령'이라는 말이 35번이나 나온다는 것은, 검찰에서 그 책임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넘어 그 위선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박근혜의 경우 공천개입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개입은 공천개입과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공천이야 당내의 문제지만, 선거는 국민의 참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거니까요.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승인이나 지시"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 야당들은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겁니다. 그런데 황운하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면, 야당들은 "너희들도 스스로 선거개입을 인정하지 않았냐"고 반박할 게 뻔합니다.

그러면 선거 치르는 데에 적잖이 부담이 될 겁니다. 그래서 판정을 내린 거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그를 요긴하게 써먹어 놓고 이제 와서 팽할 경우 그 불만으로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적격판정을 내린 거겠죠.

아마 속으로는 그가 스스로 그만두거나, 후보경선과정에서 떨어지기를 바랄 겁니다. 선거개입에 연루된 후보가 출마할 경우 야당에게는 좋은 시각적 표적이 될 테니까요.

황운하는 목숨 걸고 출마하려고 할 겁니다. 의원이 되는 것이 자기를 방어하는 데에 유리할 테니까요. 의원이 되면 회기중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고, 당의 엄호사격도 기대할 수 있거든요. 송병기는 기소가 된 이후에 출마선언을 했죠? 의원신분을 방탄복으로 쓰려는 겁니다.

황운하도 지금은 아마 같은 심정일 겁니다. 처음에는 경찰복 벗고 의원이 되겠다는 청운의 부푼 꿈을 갖고 있었겠지만, 기소가 된 지금은 아마 생각이 달라졌을 겁니다. 공소장에는 이 분이 무슨 일을 했는지 꽤 구체적으로 적혀있더군요.

이 분, 유죄판결 받고 구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본인도 알겠죠. 그러니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 엄청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헛웃음이 난다"는 과잉표현은 자신감의 발로가 아니라, 그 긴장감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취하는 오버액션으로 보입니다.

머리가 나쁘지 않다면 본인도 자신의 운명을 예감할 겁니다. 이 분, 벌써 조국 패러다임 발동하고 있죠? 이렇게 조국은 그저 개인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위기관리의 패러다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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