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중앙지검장이 직접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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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중앙지검장이 직접 나선 이유는?
  • 최현준 서영지기자
  • 승인 2016.01.1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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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지검장이 공보 담당인 차장검사를 놔두고 직접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인사 이동에 따라 (특수수사 공보를 맡은) 3차장검사가 아직 부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렬 지검장, 예고없이 회견전 석유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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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에“도저히 이해못해” 이례적 비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배임죄로 구속 기소됐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무죄판결과 관련해 항소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배임죄로 구속 기소됐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무죄판결과 관련해 항소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히며 법원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검찰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개별 사건의 항소 이유를 직접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서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지검장은 11일 예고 없이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도 (강 전 사장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다. 재판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1조3000억원)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었는데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1심 재판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지검장은 “경영 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고,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 항소해서 1심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는 지난 8일 배임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 대해 “석유공사 조직이 아닌 피고인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공보 담당인 차장검사를 놔두고 직접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인사 이동에 따라 (특수수사 공보를 맡은) 3차장검사가 아직 부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관혁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자원외교 비리는 상징적 사건이고 피해 금액도 1조 이상인 중요한 사건이다.

검찰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돼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이석채 전 케이티(KT) 회장이나 통영함 납품 비리로 기소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배임 혐의가 무죄 선고된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 지검장의 회견이 법원에 대한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강영원 전 사장에 대한 재판이 그만큼 검찰에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논란을 무릅쓰고 전 정권(이명박 정부)의 비리 사건에 대해 의욕적으로 진행한 사건이 무죄판결을 받자 ‘정략적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법원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경제활성화를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뒤에 나온 회견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박근혜 정권의 ‘사정 정국’을 주도할 검찰 수사가 법원의 견제로 무리한 수사라는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경제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배임죄 완화 여론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이날 “경영평가 점수 잘 받으려고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쓴 뒤 ‘경영 판단’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면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배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강하게 비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법원은 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 비춰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판단하는 것이지 도식적으로 무죄판결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출처 : 최현준 서영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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