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다면 가장 어렵고 힘든 길을 걸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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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다면 가장 어렵고 힘든 길을 걸으라.’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0.04.15 0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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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연동형비례제 정신을 유일하게 실천에 옮긴 당'이라고 했다네요. 그 당이 연동형비례제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성정당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존재 자체가 반칙인 자들이 외려 페어플레이한 이들을 향해 옐로우 카드를 꺼내드네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글과 사진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인터뷰에서 인용한 노회찬 의원의 말입니다. 그 동안 찍어줄 정당과 후보가 없어서 고민해 왔습니다. 최근 정의당의 젊은 청년들이 조국사태에 대해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당에서도 위성정당 제안을 거절하고 원칙을 지킨 것 등으로 살짝 마음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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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그냥 득표를 위해 마지못해 늘어놓는 빈말이 아닌가 하여,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윤소하 의원이 내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아직 꽤씸하기도 하구요. 이종걸 의원의 말 한 마디가 마지막 망설임을 없애주네요.

'더불어시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연동형비례제 정신을 유일하게 실천에 옮긴 당'이라고 했다네요. 그 당이 연동형비례제 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성정당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존재 자체가 반칙인 자들이 외려 페어플레이한 이들을 향해 옐로우 카드를 꺼내드네요.

이 적반하장을 앞으로 4년 더 지켜봐야 합니다. 언어가 혼란스러워지더니, 원칙과 반칙이라는 말의 의미가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더불당, 시민당, 열린당이 차지할 의석의 상당수는 원래 소수정당의 몫이었습니다. 그것을 거대양당이 빼앗아 간 것이죠. 물론 최초의 책임은 통합당에 있죠.

다만, 통합당의 경우 자기들은 애초에 그 규칙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민주당 경우 자기들이 도입한 제도를 자기들이 파괴했으니 그 책임이 더 큽니다. 이게 정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약육강식의 규칙은 실은 우리 사회 전체의 운영원리입니다.

그게 정치에서도 나타난 것뿐입니다. '평등'이니 '정의'니 '공정'이니 말만 근사하지, 우리사회에는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 같지 않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압승을 예상하는 모양입니다. 그 동안 사회의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주류가 교체된 거죠. 실제로 옛날에 운동을 같이 했던 친구들도 그새 많이 낯설어졌더군요.

그들이 삶을 살아가다가 서서히 변해 간 건지, 아니면 그들은 원래 그랬는데 그 동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 요즘 그 생각만 합니다. 뭐, 내가 그 동안 세상을 잘못 살아왔나 보지요. 단독과반을 넘보는 상황에서 몇 석 안 되는 소수정당의 의석까지 훑어가려고 저렇게 악을 쓰는 것을 보면, '가진 자들이 더하더라'는 어머니의 얘기가 떠오르더군요.

강화도의 재래시장에 갔는데, 대형세단에서 내린 귀부인께서, 세상에, 칠순할머니가 캐온 산나물을 사면서 1,000원을 깎아달라고 하더래요. 할머니의 노동이 1,000원 비싸 보였나 봅니다. 뭐, 내 한 표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그 한 표를 아무 데나 던지지는 않겠습니다.

그 한 표로 정직한 노력을 칭찬하겠습니다.
지역구 투표는 알아서들 하시겠지요. 아직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이 계시면, 적어도 비례대표 투표만큼은 그 취지에 맞게 반칙과 편법으로 제 몫을 빼앗긴 소수정당들의 몫을 되돌려 주는 쪽으로 하셨으면 합니다.

반칙과 편법으로 거의 수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그 불리한 조건 속에서 뛰는 소수정당의 후보들이 되도록 많이 당선됐으면 합니다. 최악의 선거판이지만, "어렵고 힘든 길"이 아주 '작은' 승리라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출처 : 14일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 북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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