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쿠르드 여성 전사들. IS를 넘어 서남아시아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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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쿠르드 여성 전사들. IS를 넘어 서남아시아를 바꿀 수 있을까?
  • 박동현기자
  • 승인 2016.02.01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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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막 및 영상 편집 : Rolitabun (HamZang)
▲ 쿠르트여성 전사들

리아 쿠르드 민병대 YPJ (여성수비대) 대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입니다. YPJ(여성수비대)는 YPG(인민수비대)와 함께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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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사실 이들의 폭력 행각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10월 31일에는 이집트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폭발시킨바 있다. 런던에서도 IS 대원이 범죄를 자행한바 있다. 이슬람 문화권인 서남아시아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IS의 테러가 발생했다’ 는 뉴스가 ‘오늘 학교 급식에 콩자반이 나왔더라’ 라는 소식과 다를바 없어 보일 정도이다.

이들의 소행에 맞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반 IS 전선을 결성하였다. 미국, 러시아, 그리고 테러에 직격탄을 맞은 프랑스 등은 이미 IS 근거지에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IS는 공중 전력이 없고, 대공 전력도 제한적이다. 그리고 공습은 화력이 강하며 안전한 후방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서방 진영이 공중 공격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습에는 한계가 있다. 공중 폭격은 산업시설과 공항, 항만, 도로 같은 시설에 가해질 때 효과가 크다. 그런데 IS는 산업 국가도 아니고 인프라 시설이 잘 갖춰진 나라도 아니다. 따라서 공습은 그들의 유전, 병력, 주거 시설에 집중 되는데, 그러다보니 애꿎은 민간인이 괜히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상군 파병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파병국 내부에서 찬성 여론을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고, 현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미 서구는 자신들의 어설픈 개입이 이 지역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고 있다. IS를 서구가 만들어 냈다는 것은 비약이지만, 서구의 행태가 IS 결성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 쿠르드족 여성 전사 운동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어…

물론 이번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건에서 보듯이 서방 진영과 터키의 NATO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불협화음 역시 대 IS 전선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터키의 역사적인 숙적인 그리스는 은근히 터키와 러시아 사이의 악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본인들이 NATO 회원국이자 유럽연합 회원임에도 말이다.)

IS의 격퇴, 결국 안방 국가들이 해결해야? IS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남아시아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그들을 격퇴시키는 방법도 있다. 서남아시아 국가들도 이 전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에게도 IS는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네들도 IS에게는 모두 정복 및 교화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종교가 같다 하더라도 내 목숨을 노리는 상대방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그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하지 않는다. 이들이 얽힌 이해관계는 예상외로 복잡하다. 이 지역을 단순히 ‘이슬람권’ 혹은 ‘아랍권’ 이라 부르기에 이 곳 정세가 지극히 복잡하다. 권력 갈등-종교 갈등-민족 갈등이 복잡하게 얽히다보니, 서로 눈치를 보고 견제를 하며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IS 소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는 이란인데, 이들이 시아파라는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요르단과 UAE 등이 꾸준히 공습에 동참하고 있지만, 종교 갈등에서 비롯된 경계심 때문에 이들과 이란 간에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IS와 직접 교전을 벌이고 있는 세력,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쿠르드의 상황은 어떨까? 이 역시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시리아는 정부군과 반군간에 벌이는 내전에 신경 쓰느라 IS 저지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연합군의 지속적인 공습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를 점거하고 있는 IS 세력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2014년 6월, 이라크 정부군은 모술에서 IS에 패했다. 그것도 중무장기기를 모두 방치한 채 말이다. 3만명이나 되는 이라크 병력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인구 100만의 대도시 모술을 내 준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서둘러 도망을 치는 바람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있던 터키 외교관과 가족 50여명이 IS에 억류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이는 터키의 대 IS 전략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IS는 터키 역시 적대국으로 보고 있다. 같은 수니파이지만, 세속주의 정부이고, 민족도 다르기 때문이다.

모술 함락은 쿠르드에게도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IS는 모술에서 획득한 전리품으로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무장단체인 페쉬메르가를 공격했고, 장비의 열세에 이들 역시 제대로 저항 조차 못하고 패퇴 당하고 말았다. 덕분에 그 지역에 있던 쿠르드족의 한 갈래 야지디 사람들은 IS 손아귀에 떨어졌다.

‘남자는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라는 전통적인 포로 처리 방법을 사용한 IS 덕에 야지디 사람들은 학살당하고 노예로 팔려 나갔다. 용케 그들의 마수에서 빠져 나온 사람들도 상당수가 빈손으로 고향을 등지고 도망쳐 온 관계로 허기와 갈증 속에 죽어갔다. 하지만 이에 대해 IS는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들에게 야지디족을 쓸어버린 것은 종교적 가르침을 실현한 숭고한 성전의 일환일 뿐이니까.

쿠르드족 여성들, IS에 맞서다.

▲ 화면 캡처

쿠르드족 사람들이 IS에 대해 적개심이 강한 것은 매우 당연하다. IS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렇다면 IS는 모든 것을 다 걸고 필사적으로 싸워야 하는 상대이다. 쿠르드는 IS에 대해 반격에 나섰고 성과도 제법 냈다. 2015년 1월에 코바니를 탈환했고 이후 텔 아비야 드를 거쳐, 11월에는 신자르에서 IS 세력을 밀어냈다.

여전히 점조직 형태로 IS가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모술을 막 점령했을때의 그 기세는 이미 한풀 꺾였다. 러시아 항공기 테러, 베이루트 테러, 파리 테러를 연달아 일으킨 것도, IS가 본거지에서 확장에 실패하자, 전선을 확장하여 국면 전환을 꾀하는 시도라는 전망도 있다.

쿠르드족의 군대는 국가로 인정 받지 못했지만, 군율이 잘 잡혀 있다는 점이 특이해 보인다. 오랜 기간 동안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에서 오랜 투쟁을 벌인 결과이므로, 그들의 전투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보다 더 특별해 보이는 점은 따로 있다. 그들은 쿠르드 군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군. 시리아에서 싸우는 쿠르드 여성부대 여성수비대(Yekîneyên Parastina Jin)의 규모는 15,000명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면 단순히 ‘여군’이라 구분하기 보다는 그냥 시리아 쿠르드 군의 주축 세력이라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여성이라는 특징이 대 IS 전선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다. 성전을 수행하는 IS 전사들은 자신들이 순교를 할 경우 미녀들이 기다리고 있는 천국에 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만일 여성에게 죽음을 당할 경우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믿는다. 쿠르드 여성 군인들은 이 점을 노린다. 그리고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그리고 IS도 이들을 상당히 껄끄럽게 생각한다.)

‘IS는 우리 손에 죽어 지옥에나 갈 것’ IS와 맞서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이들은 IS에 맞서기 위해 최근에 조직된 부대가 아니다. 쿠르드족 여성이 전사가 된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19세기 오스만투르크군의 쿠르드족인 카라 파트마가 이끈 700명의 전사 중에, 43명이 여성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1970년대 쿠르드족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 산화한 여성 열사들도 제법 된다.

오랜 투쟁의 결과로 쿠르드족 여성의 지위는 다른 이슬람 사회와는 다르게 상당히 높은 편이다. 쿠르드 사회 안에 여성운동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정착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활약하는 쿠르드 노동당(PKK)을 예로 들면, 이들은 여성 해방을 당의 공식 노선으로 채택하고 당 간부 자리를 남성과 여성 동수로 운영한다. 덕분에 터키 국회 및 정부에 진출한 여성의 다수가 쿠르드족이다.

쿠르드족의 여성 문제는 상당히 중요할 수 있다. 이 점이 쿠르드족이 그토록 갈망하던 독립, 혹은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 획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쿠르드족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무려 3,000만에 이르는 인구를 가진 민족이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는 국제 정세가 크게 한 몫 했다. 이들이 떨어져 나가기를 원치 않던 주변국들의 반대는 물론이고,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던 나라들도 그렇지 않아도 여러 문제로 골머리가 쌓인 이 지역에 또 다른 분쟁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테러집단 중 하나로 간주한 이들도 있다.

최근 여성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부각되면서, 쿠르드 군은 서구 사회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IS 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 싸운 다는 점. 여성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놓인 이슬람 사회에서 남성들과 대등한 지위에서 움직인다는 점 등이 소위 ‘말이 좀 통하는 세력’ 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는 쿠르드 여성들을 무슨 ‘아마조네스’나 ‘쉬라’ 같은 이미지로 보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쿠르드 여성 지도자들도 서구 언론들이 이런 극적인 면모에만 주목하고, 자신들의 오랜 여성 운동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처음부터 깊은 수준의 관심을 끌어내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지금은 ‘여전사’의 드라마틱한 이미지에 관심을 두지만, 여기서 형성된 긍정적 이미지가 축적되어 이들이 처한 현상에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공감하게 되면, 결국에는 쿠르드족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쿠르드족의 여성들, 서남아시아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까?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사실 쿠르드 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했지만, 아랍을 종파 지역 성향 다 무시하고 ‘아랍’으로 하나로 묶는 것이 큰 비약이듯, 이들 역시 정파 지역 부족을 다 무시하고 ‘쿠르드’ 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는 것은 큰 비약이다.

쿠르드족이라는 동일성은 있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 다른 문화권에서 산지 오래. 따라서 이들은 사실상 서로 남남이라 여길 때가 많았고 사안에 따라 서로 반대편에 서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다. 시리아의 인민수비대-여성수비대 연합과 이라크의 페쉬메르가 사이에도 알력이 존재하며 이들의 공조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엉뚱하게도 IS가 이들간의 불협화음을 메우는데 힘을 보탰다. 무지막지한 IS라는 공동의 적이 이들의 나오면서, ‘쿠르드 동맹체’ 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공조가 앞으로도 계속 잘 이루어진다면 쿠르드의 힘이 집결되어 그들이 독립하는데 있어 보다 더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쿠르드족이 독립된 정체를 이룬 뒤에, 그 동안 같이 싸워왔던 여성에 대해 푸대접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쿠르드 여성 운동의 역사가 서구의 그것에 못지 않으며, 오랜 기간 동안 직접 총을 들고 싸운 여성을 쉽게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쿠르드 지도충에 여성 지도자들이 상당히 포진되어 있다는 점을 보아도 쿠르드 여성 지위가 미래에도 굳건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쿠르드족의 여성 문제는 해당 부족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의 단독 정치세력화가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여성의 대두가 주변국의 여성 인권 상승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 동안 세속주의가 강했던 터키와 시리아, 그리고 의외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한 이란이라면, 쿠르드의 영향으로 인해 여권 신장에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제법 높다.

이란도 여성에 대한 억압을 탈피하고자 하는 잠재력은 강하다. 이란 여성들의 히잡 벗기 인증샷도 하나의 예. 쿠르드족이 IS를 격퇴하고 지역 내 독립적인 정치 세력으로 안착한다면 이로 인해 서남아시아사회가 보다 더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 여긴다. 너무 꿈이 너무 큰 것일까? 그래도 희망을 가진 채 그들의 앞날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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