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보이스피싱 주인공> 월 150만 원에서 시작해 4,000만 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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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보이스피싱 주인공> 월 150만 원에서 시작해 4,000만 원까지
  • 재경일보
  • 승인 2016.02.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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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에서 검사?로 승진도 했지만... 결국 '검거'
▲ 보이스피싱 자료 화면

지난해 4월 어설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전화를 걸었다 면박을 당하는 장면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음성파일의 주인공인 이른바 '오명균 수사관'이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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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에 살던 유모(28)씨는 뮤지션을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집에 음악 장비를 들여놓고 전자음악 습작을 만들며 꿈을 키웠다. 꿈은 언젠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당장은 돈이 필요했다.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그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만 했다. 그러다 조선족 지인의 솔깃한 제안에 넘어간 게 그의 인생을 완전히 꼬아버렸다. 중국의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일하면 한 달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유씨는 2014년 12월 중국으로 건너갔다. 조모(43)씨가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시에서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며칠간 합숙 교육을 받고 '1차 작업팀'에 투입됐다. 이곳에서 그는 '검찰 수사관'이었다.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당신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개설돼 가해자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속이는 역할을 맡았다. 유씨에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는 '2차 작업팀'의 '검사'나 '금융감독원 직원'이 다시 전화해 허위 검찰청 사이트에 계좌번호 등 금융정보를 입력하도록 속였고, 이후 한국의 인출책이 피해자의 금융정보를 전달받아 은행에서 돈을 뽑아갔다.

한 번 범행에 성공할 때마다 유씨는 7%를 챙겼다. 그렇게 매달 150만원 정도를 꾸준히 벌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속이는 데 성공하면 피싱범들 사이에서 나름 유명해진다고 한다. 계기는 조금 달랐으나 유씨도 갑자기 피싱범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해 4월 한 여성을 속이려다 실패하는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다.

녹음 파일에서 유씨는 자신이 '서울중앙지검 오명균 수사관'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으나 돌아온 것은 키득거리는 상대방의 웃음소리였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아 본 상대방은 "왜 또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느냐"며 오히려 농담을 했다. 사기 치기를 포기한 유씨도 "아∼ 겁나 웃겨"라며 당황하지 않고 이 상황을 즐겼다. 이 대화 내용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퍼져 나가며 조회수 50여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마지막에 "인제 그만 웃고 끊어요"라고 여유를 부릴 정도로 담대한 유씨의 성격 덕분일까. 유씨는 검찰 수사관에서 2차 작업팀의 검사로 '승진'도 했다. 2차 작업팀원들은 한 달에 평균 4천여만원의 고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는 자신이 1차 작업팀에서만 일했다고 했으나 복수의 공범들이 그가 나중에는 2차 작업팀으로 옮겼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큰돈을 만져 보려던 유씨의 꿈은 1년 만에 끝났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국내에 들어온 콜센터 관리 총책 조씨를 검거했다는 소식이 현지에 전해지자 유씨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불안한 나머지 일을 그만두고 국내로 돌아왔다가 줄줄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 20여명에게서 3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조씨와 유씨, 국내 인출 모집 총책 채모(23)씨 등 14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직원 일부가 적발된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경찰이 한 조직의 한국인 총책을 모두 검거하는 성과를 올린 것은 드문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을 통해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신원을 확인해 중국 공안과 공조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싹트는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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