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전에 TV 인문학 강의에서 강신주의 철학시리즈를 시청한 적이 있다. 유독 마음이 남은 주제는 '거울'이었다. '거울'에 담긴 철학적 의미가 그토록 심오한지 깨닫게 되었다. 인간은 남의 얼굴은 볼 수 있어도 자신의 얼굴은 볼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을 보기위해 사람들은 거울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진정 내 자신의 모습인지 한 번도 거울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거울에 대한 철학적인 주제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근데 만일 어떤 사람이 거울을 들고 다니면서 자신은 보지 않고 남들만 비춘다고 한다면 참 우스운 광경이 연출될 것이다.
야고보서를 보면, 성경을 '자유케하는 율법'으로서 거울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성경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모습은 보지 않고, 남에게만 보라고 강요하고 정죄하며 심지어는 거울에 비친 다른 사람의 모습을 자신의 편견과 잣대로 몰아 부치기에 급급해왔던 것 같다.
(편집자 주 : 야고보서 1:23-27 누구든지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면 그는 거울로 자기의 생긴 얼굴을 보는 사람과 같아서, 제 자신을 보고 가서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곧 잊어버리거니와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실천하는 자니 이 사람은 그 행하는 일에 복을 받으리라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
거울인 성경을 통해 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나의 추하고 악하며 때론 거짓되고 위선된 모습을 고칠 수 있을 턴데 말이다. 성경을 통해 자신을 살펴보지 못한 죄가 얼마나 타인을 정죄하면서 불화하며 원수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성경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바로잡지 않은 죄의 결과는 얼마나 큰 것인가!

성경을 해석해서 설교하는 목사들부터 성경의 거울로 먼저 자신의 탐욕적이고 추한 모습을 들여다본 후에 성도들 앞에서 겸손히 설교한다면, 한국교회 특히 성경적, 개혁적이라고 핏대 세우는 합동교단이 이 지경까지는 안 되었을 것이다.
성경의 거울을 성도 각자 스스로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으로서 목사가 되면 안될까! 여성에게 남성용 성경 거울을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고,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더러운 욕정을 하나님의 종이라는 가짜 성경모음으로 윽박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 Hosuk Kang 총신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