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및 거리행진이 10월 30일 낮 12시 30분부터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입구(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이하 범국민연합)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탈북민과 북한인권 운동가들의 발언 이후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성명서를 중국대사관 측에 전달하고, 기자회견 장소인 대사관 앞에서 명동성당과 국가인권위원회를 거쳐 대사관으로 돌아오는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는 시민들뿐 아니라 외국인들 여럿이 참석해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으며, 지나가던 해외 관광객들도 기자회견 내용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매주 월요일 낮 12시 30분마다 기자회견 및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가 낭독한 성명서에서 “아시안게임 폐막 다음 날, 그리고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5천 발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발사하고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육해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10월 9일 밤, 중국 정부는 그간 중국 감옥에 억류된 탈북민 600여 명을 비밀리에 전격 강제북송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탈북 후 지린성 창바이현에서 25년간 살던 여성을 올해 4월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해 변방대 구류시설에 감금, 이번에 강제북송한 사실도 밝혀졌다”며 “그 여성은 중국에서 낳은 24살 된 딸에게 9일 오후 7시 30분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한 후 북송당했다. 중국에서 한족 남편과 결혼해 25년간 살면서 자녀까지 둔 여성을 체포해 강제북송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이 인간이 할 짓인가”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는 이처럼 인권유린의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게다가 최소 170여 명을 추가 북송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탈북민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도 모두 경악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몽(夢)을 말하며 세계 리더 국가임을 자처하던 중국의 민낯인가? 아직 미개와 야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이 어찌 세계 리더국가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런 중국에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가 합당한가? 그 자리는 세계인들을 이끌 지도력과 덕망이 있는 국가에 합당하지, 탈북민을 사지로 보내는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중국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자리”라며 “인권 유린 국가인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은 북한과 똑같은 인권 유린 국가이므로,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서는 “유엔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에서 강조하는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중국 정부는 악의적·반복적으로 위반해 왔다. 이렇게 유엔에서 제정한 모든 규약과 국제법을 철저히 위반한 중국을 유엔과 국제사회가 유엔에서 퇴출시켜 그 지위를 박탈해야 할 시기에 왔다”며 “지금이라도 중국 정부는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세계인들 앞에 그간의 잘못들을 인정하고 사죄하라. 그리고 중국 내 탈북민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며 본인 의사에 따라 대한민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이들은 “이제 중국이 진정으로 도덕성을 회복하여 모범 인권 국가로 거듭나고, 세계인의 자유와 평화에 기여하는 데 있어 대국답게 국제적 책임을 다해서 세계인들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는 국가가 되기를 요청하는 바”라고 했다.
끝으로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남한으로 입국할 경우 이민 수속을 밟지 않고 바로 주민등록증이 발급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들을 구출하기 위하여 통일부와 외교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이 앞장서기를 바란다. 이번 11월 15-17일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를 천명하고, 탈북민들이 남한으로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 유엔 참전 22개국 용사에 대한 묵념 후 탈북민 김정애 목사(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는 “사랑하는 내 가족, 이웃이 살인 강도 김정은에게 끌려가 살육당하게 됐다는 참담한 소식을 듣고 나왔다”며 “강제북송으로 끔찍한 고통을 당해본 당사자로서 그들이 강제북송당하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지 전 세계에 알리고자 나왔다. 북한은 나라가 아니라, 거대한 감옥”이라고 절규했다.
김정애 목사는 “저도 탈북했다 공안에 붙잡혀 강제북송을 당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북한 감옥은 그야말로 도살장이다. 옷이 다 벗겨져 젊은 간수들 앞에서 수치스러운 고문을 당했다”며 “그리고 짐승도 먹으면 장이 파열될 만한 썩은 죽 몇 숟가락을 먹고 장염과 콜레라에 걸려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시체 더미가 돼야 했지만, 하나님께서 이 끔찍한 고통을 알리게 하시려 기적같이 살려 주셨다”고 털어놓았다.
전마리아 사무국장(탈북민강제북송반대 세계연합)은 “과거에는 중국에 오래 살면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은 분들은 강제북송을 하지 않았다는데, 중국이 이번에는 이런 분들까지 강제북송을 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으로 오려는 분들도 무자비하게 강제북송을 시키고 있는데, G2 국가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 국장은 “탈북민들은 먹을 것이 없다 보니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자 브로커들에 속아 중국 땅을 밟은 이들이다. 이들을 죄인 취급해 감금시켰다 돌려보내는 중국 당국은 이러한 만행을 즉시 멈춰야 한다”며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전 세계에서 이 일을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김태훈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는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는데, 중국은 말리는 정도가 아니라 겉으로는 아시안게임을 잘 치르면서 강제북송에 관심없는 듯하다 군사작전하듯 비밀리에 탈북민들을 강제북송시켰다”며 “작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 자격을 박탈했듯, 국제사회에 호소해 중국의 인권이사회 회원 자격도 박탈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19년째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될 텐데, 이제까지 강제북송에 대해 ‘제3국’ 등으로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 이제 강제북송 주체가 ‘중국’임을 명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이번 아시안게임 방문차 중국을 찾은 한덕수 총리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강제북송 중단을 요청했는데, 시진핑 주석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을 하나도 어긴 적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답변했다. 정부는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에 강제북송 중단을 정정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북민 박정호 목사(탈북민자유연대)도 “탈북민들이 강제북송을 당하면, 임신한 여성들의 배를 발로 차서 강제 낙태시키는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은 정치범으로 간주, 가혹한 고문과 수사를 통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외에 NK감금피해자가족회 최민경 대표와 김성일 이사장도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