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영적 민감성을 잃지 마소서. 김운용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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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영적 민감성을 잃지 마소서. 김운용 총장
  • 박동현 기자
  • 승인 2023.12.06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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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생의 이름은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나중 그는 19세기,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던 그 기적을 설명하기에 급급할 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식을 모으고 있을 때, 그 청년은 창조주이시며 구속주로 오신 그분께 초점을 맞춥니다.
장신대 김운용 총장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3학년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치고 있었습니다. 시험문제는 한 문제였습니다.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던 기적을 종교적, 영적 의미에서 서술하라.’ 모두들 열심히 시험지에 답을 쓰고 있는데, 한 학생을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교정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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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전혀 공부를 안 했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답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험 감독을 하던 교수가 다가가 그 청년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왜 답안을 작성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딱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대답하더랍니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직전, 그 청년을 부리나케 한 문장을 써서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그 청년은 그 시험에서 최고 성적인 A+를 받았습니다. 그의 답안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회자하고 있습니다. “물이 자신의 창조주를 보고, 얼굴을 붉혔도다(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그 학생의 이름은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나중 그는 19세기,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던 그 기적을 설명하기에 급급할 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지식을 모으고 있을 때, 그 청년은 창조주이시며 구속주로 오신 그분께 초점을 맞춥니다.

사실 그 쓴 답안은 17세기 영국 시인이었던 리처드 크래쇼(Richard Crashaw)의 시구에서 따온 것이었습니다. 라틴어로 쓴 시를 옮긴 것입니다. “민감한 물이 그의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졌더라(The conscious water saw its God and blushed).” 라틴어 원문이 훨씬 더 생생한 것 같습니다. “수줍은 물이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Nympha pudica Deum vidit, et erubuit).”

“왕이신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시145:1). 11월의 마지막 주일이자 올해 교회력(Church Calendar)의 마지막 주일인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입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 고백으로 가득한 복된 주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무신론과 세속주의를 경계하고,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님(the Lord and King)으로 바로 섬기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세상의 죄악에 대항하면서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왕이신 그리스도를 경배하기 위해 지키는 절기입니다. 이것은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되어 교회력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이루시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교회력은 펼쳐지고, 그것을 따라 우리는 예배합니다. 한해의 교회력을 끝내면서 우리는 그런 고백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그 고백은 이 땅에서부터 영원한 천국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우리는 또 다른 한해의 교회력을 시작하면서 왕이신 그리스도를 기다림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오신 주님과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지혜로운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예배 때마다 그 기도로 예배를 마치곤 했습니다. ‘마라나타!’ 아람어인 이 기도문은 발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마란 아싸!(The Lord has come), 마라나 타!(Oh Come, Lord).

부디 달리면서, 사역하면서 방향을 잃지 마소서. 누가 주인인지, 누가 내 인생의 왕이신지 그 고백 잃지도, 희미해 지지도 마소서. 물로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을 만드려고, 그거 가져오려고 애쓰기 보다는 왕이신 그리스도 앞에서 내 얼굴이, 내 가슴이 붉어지는 영적 민감성을 잃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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