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 파산·법정관리 또다시 최고치 경신…전년 대비 1.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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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업 파산·법정관리 또다시 최고치 경신…전년 대비 1.25배
  • 주재한 기자
  • 승인 2017.01.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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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산신청 739건·법정관리 936건…5년 사이 최고 세계 금융위기 파급 현재까지…한진해운·STX조선해양 등 불안한 경제와 정치 변화·간소한 파산제도 등 영향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출처=포커스뉴스DB>

(서울=포커스뉴스) 법원에 파산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의 수가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15개 지방법원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기업(법인)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739건으로 2015년 587건보다 약 1.2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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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법원이 통계를 공개한 최근 5년 수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의 파산 신청 수는 지난 2012년 396건, 2013년 461건, 2014년 539건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도 2012년 803건, 2013년 835건, 2014년 873건, 2015년 925건에 이어 지난해 936건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 세계 금융위기 파급 현재까지 이어져…한진해운·STX조선해양 등, 매년 늘어나는 기업의 파산 및 법정관리는 지난 2008년 찾아온 세계 금융위기가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248건에 불과했던 기업의 파산 및 법정관리 신청 수는 2008년 2배에 달하는 557건으로 늘었다.

이후 수출과 내수 부진은 반복됐고 2011년 기업의 파산 및 법정관리 신청 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세계 금융위기는 40년간 한국 해운업을 이끌어왔던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밟는데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92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해운업계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한진해운은 2008년 찾아온 세계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한진해운은 이후 급격한 유동성 난에 시달렸고 지난해 6월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다. 국내 채무 규모만 3조원에 달했다. 한진해운은 끝내 지난해 9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최근 사실상 파산선고를 앞두고 있다.

세계적 불황에 따른 '도미노' 현상도 눈에 띈다. 국내 대형 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입으면 대기업에 매출을 의존하던 협력업체들도 경영난을 맞이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 4대 조선업체로 자리매김했던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전 세계적 불황 여파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에 STX에 90% 이상의 매출을 의존하던 고성조선해양은 두 달 후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차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회생절차를 밟았다.

▲ [한진해운 컨테이너 하역]2016.09.23 김기태 기자 presskt@focus.kr

◆ 낮아진 경제성장률·국내외 정치 변화 등 '영향' 악화된 경제 사정과 낮아진 경제성장률, 국내외 정치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등도 늘어나는 파산 및 법정관리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구자현 박사는 "악화된 경제 사정과 낮아진 경제성장률에 따라 한계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은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기업을 지칭하는 경제용어다.

구 박사는 "산업연구원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 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11년 9.4%에서 2015년 12.7%로 크게 확대됐다"면서 "같은 기간 41개 업종 중 32개 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구 박사는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보호주의를 표명하는 등 국제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모멘텀'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상당 부분 단기적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국내 경쟁성장률이 비관론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OECD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2%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발표했다.

OECD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5가지 요인으로 △세계 무역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등 휴대전화 산업이 타격을 받은 여파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산업계 구조조정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업파산이 많은 이유는 대부분 경제위기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고 국내 수출도 안 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밖에 안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적 불안과 관련해서는 "국내 정치 불안은 지난해 말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며 "이 부분이 기업파산 등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법조]2015.09.01 조숙빈 기자 stby123@focus.kr

◆ 간소화된 파산제도…기업인 접근성 높여, 법원의 간소화된 파산제도가 기업인들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파산 위기 기업에 대한 회생을 돕고자 2006년 마련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의 파산 및 법정관리 신청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법률관계 조정이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인식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관계자는 "파산절차와 회생절차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이 개선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경영권을 전부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경영권을 최대한 유지해주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절차가 진행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채권자들에게 최소한의 채권을 돌려주려는 경영자들의 인식 등이 많이 개선 된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회사가 거의 파산할 때 쯤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요즘에는 조기에 신청하는 회사들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본사협약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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