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차은택·이승철, 朴 '비선조직·권한남용' 사실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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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차은택·이승철, 朴 '비선조직·권한남용' 사실상 인정
  • 박나영 기자/ 손인해 기자
  • 승인 2017.01.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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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3일 탄핵심판 8회 변론기일 김종 "朴이 불러 정유라 직접 언급했다" 차은택 "최순실은 朴 버금가는 권력" 이승철 "미르재단 모금, 靑 일방 지시" 증인 7명 추가 채택…탄핵심판 2월로
▲ layout 2017-1-23.jpg왼쪽부터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포커스뉴스 DB

(서울=포커스뉴스) 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한 증인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 일부에 대해 사실상 '맞다'고 증언했다.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진행한 지 4주째로 접어들었지만, 출석한 증인들이 모두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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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이날 오전부터 대심판정에서 8회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증인으로는 김종(56·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차은택(48·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58)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3명이 출석했다.

이들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이 탄핵사유 중 △비선조직에 따른 법치국가주의 등 위배 △대통령 권한 남용 등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인정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 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재소장 주재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회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2017.01.23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 김종 "朴, 정유라 직접 언급해 충격이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오전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헌재에 출석했다. 매번 수감복을 입었던 특검 조사 때와 달리, 탄핵심판에서는 증인 신분인 만큼 옷을 갈아입고 남다른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김 전 차관은 양측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특히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2015년 1월쯤 박 대통령이 불러 개별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박 대통령이 '정유라 같은 유망주를 정책적으로 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대통령으로부터 정유라를) 직접 듣게 돼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과 정유라(21)씨가 친분관계에 있단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과 정유라씨의 사이를 의심한 바 있다.

이때 김 전 차관이 언론브리핑을 열었다. "대통령과 정유라씨는 아무런 관련 없고, 정유라는 독보적 자질이 있다는 게 승마계 평"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김기춘(78·구속)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세월호 말고 언론에 승마 등 체육계 사안도 쓰게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이 역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은 지시라고 했다.

▲ 외교부 창 밖으로 보이는 청와대청와대 전경. 김흥구 기자 nine_kim@focus.kr

◆ 차은택, '최순실 비선실세' 인정…"소름 끼쳤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최순실씨에겐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이 있다"며 사실상 비선조직의 실재를 인정했다. 

이날 차 전 단장은 내내 체념한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귀국 후 체포되면서) 가족들과 더 이상 수치스러워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씨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우선 차 전 단장은 최씨가 미르재단 사업을 주물렀다는 점을 꼽았다. 

차 전 단장은 2015년 10월 미르재단이 설립된 이후 최씨가 이따금씩 어떤 프로젝트들을 종이에 적어왔다고 했다. 그는 "최씨가 적어온 걸 미르재단 직원들한테 지시하면 그게 이뤄진다. 이뤄질 땐 항상 브랜드 기획지시가 있었고, (브랜드가) 보여지는 시기엔 대통령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구조가 반복되자 "소름이 끼쳤다는 표현이 맞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최씨가 한식을 개발한 후 '브랜드를 프랑스 케이콘(KCON) 행사에 노출시켜라. 그 자리에 대통령이 가실거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프랑스 국빈방문 중 행사장에 방문했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아프리카 나라별 특징을 뽑아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그게 결국 아프리카 순방행사와 연결이 됐다"고 했다.

최순실씨가 수시로 청와대로부터 문건을 건네받고 이를 검토·수정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증언했다. '최씨가 국무회의 자료를 컴퓨터로 작업하는 걸 봤다'고 진술한 것이다. 

차 전 단장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종종 컴퓨터로 작업했고, 모니터 상으로 국무회의 자료가 보였다는 것이다. 최씨의 사무실에 가면 그가 늘 그런 작업을 했다고 차 전 단장은 밝혔다. 

◆ 이승철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靑 지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역시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 혐의를 굳히는 증언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문화·체육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를 받고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모금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집은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청와대가 이를 감추려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출연금이 기업들의 '자발적 후원'이었다고 주장해왔으나 지난 19일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출연금을 모집했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말 청와대로부터 '전경련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었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며 "그러나 이후 전경련 해체론이 대두하면서 기업 대표로서 직원들 볼 면목이 없었다"고 진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제가 모르는 사실들이 나오면서 배신감도 느꼈고, 또 검찰이 이미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은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2015년 10월24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재단 출연금을 300억에서 500억으로 올리고, 4개 기업을 포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그는 만약 미르재단에 출연한 기업들도 재단의 추진 설립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선 청와대의 출연금 납부 지시를 어겼을 시 각종 인허가 등 정책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8차 변론 주재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회 변론기일에 박한철 헌재소장이 자리하고 있다. 2017.01.23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 2월로 넘어가는 탄핵심판…증인 7명 추가

한편, 헌재는 이날 심리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7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1일과 7일, 9일에 증인신문 일정을 발표했다. 우선 오는 1일에는 김규현(64) 전 국가안보실 1차장(현 외교안보수석)이 오전 10시, 유민봉(59) 전 정책기획수석(현 국회의원) 오후 2시, 모철민 대사는 오후 4시로 결정됐다.

7일에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오전 10시), 김종덕(60·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후 2시), 조성민 더블루K 대표(오후 4시) 등 3명이 증인신문을 받게 된다. 당초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증인신문 일정은 9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헌재가 1월 말에 증인신문 등 변론절차를 끝내고 2월 초중반에 선고할 것이란 예측은 빗나갔다. 일각에선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가 1월 31일에 끝나기 때문에 이날 마지막 변론을 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2월에도 변론기일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탄핵심판은 재판관 8명 체제로 진행된다. 이 경우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적어도 6명이 인용을 결정해야 한다.  본사협약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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