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원전 '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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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원전 '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
  • 천영준 농업ICT 전문위원 겸 에디터/공학박사
  • 승인 2017.07.15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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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전문가 "전원비용 상승으로 탈원전 어렵게 할 것"경고
 ▲ 신고리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예정지(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것을 결정하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수력원자력에 ‘건설 중단’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업계와 학계는 급격한 탈원전 조치로 인한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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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합의와 절차상의 타당성 없이 정부 독단으로 감행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전 건설 관련  산업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이근준 충북도립대 교수는 12일 이코노믹리뷰 전화 통화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를 발전시킨 것은 원자력발전과 같은 고신뢰도, 고품질 전력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정부가 갑자기 저신뢰도 고비용 에너지 정책으로 선회하면 산업계에 큰 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중단 기념식에서 선언한 '탈원전' 정책이 재생에너지 분야로 ‘부드러운 전환’(soft transition)이 이뤄지기보다는 한국전력의  수익구조 악화에 이어 장기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취득해야 하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수수료 증가 등으로 발전단가가 올라가고 결국 소비자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이미 한국전력이 내부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고, 현물시장에서는 REC 가격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면서 "장기으로는 전력 소비에 따른 국민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력경제 전문가인 김선교 한국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지는 5년, 10년 후 전원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수십년 동안 전원 구성의 비효율성을 야기시켜 탈(脫)원전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성급한 원전 건설 중단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국내에서는 원전 건설을 중단시키는 반면, 해외 원전 수출이 계속되는 ‘모순적인 양상’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뉴젠 컨소시엄으로부터 한국형 원전모델(APR-1400)을 채택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한국형 원전의 원전 수출 길이 열렸다.

이번에 건설 중단이 결정된 신고리 5,6호기가 바로 APR-1400모델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에도 동일 모델이 적용됐다. 에너지 업계는 “수출 원전은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건설 경험이 없었더라면 개발되기 어려운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사업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소형 원자로 개발에도 큰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부터 중단없이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공사 1회(2기 건설) 당 5년 의 시간이 걸리지만  쉼 없이 계속해서 원전을 개발하고 내부 기자재 및 관리 기술을 축적해왔다. 

 ▲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현장(출처 : Power Technology)

미국은 ' 쓰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30여년간 원전 건설이 중단됐고, 그 사이 핵심 기술이 한국의 원자력 업계로 이전되면서 한국에서 비약적인 발전의 결과를 낳았다.  

한전 직원들은 80년대 미국에 파견돼 원전 핵심 기술을 전수받았다. 

한국 기업이 중단 없는 원전 건설을 통해 역량과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 해외 원전 건설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30년 동안 수익 모델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을 시도하다 실패한 것도 곳간에 쌓아둔 여유자원이 없어 생긴 결과라는 게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는 ‘암묵지’(tacit knowledge)처럼 작용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원자력 분야의 한  전문가는 “원자로 내부에서 터빈을 돌려 증기를 발생시키는 스팀발생기의 경우 한국 두산중공업 제품이 미국에서도 인정받는다"면서 "탈(脫) 원전 정책이 가속화하면  이런 기술을 사장하는 불행한 결과가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수많은 인력들을 놀리는 등 협력업체와 기자재공급 업체를 포함해 월 1000억원가량의 손해를 볼 것"이라면서 "사실상 원전 건설과 관련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출처 : 이코노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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