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은 서울에서 왜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불렀을까?

"독재자와 핵무기를 그대로 둔 채 겉으로만 갈등과 전쟁이 없다고 말하는 소극적 평화는 나쁜 평화다. 김정은의 음악폭탄이 터진 것을 애써 모른 채 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박동현 기자l승인2018.02.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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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을 열창중인 현송월 (동영상은 유튜브 TV조선 소스링크)

지난 11일 개최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은 이전의 강릉 공연 레퍼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현송월의 독창과 남한 가수 서현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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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이 독창으로 부른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은 강릉공연 때 논란이 되었던 곡이다. 필자는 공연 전 북한이 이번 공연에서 반드시 이 곡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만큼 이 곡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현송월이 직접 독창으로 불렀다는 점은 이 노래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 번 우리 측에 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노래에는 어떤 비밀이 담겼을까?

지난 2013년 1월 모란봉악단 신년 축하공연에서는, 이전의 공연에서는 한번도 부르지 않던 새로운 곡들을 선보였다. 바로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의 노래다.

북한은 이 공연에 대해 "위대한 음악정치의 새로운 경지를 빛내어 가는 김정은의 손길 아래 펼쳐진 사회주의 문명국가의 자랑스러운 화폭"이라고 평가했다.

이 공연은 이전 공연과는 달리 '통일'이 핵심주제였다. "백두와 한라가 손을 잡으면 하나가 되는 통일"을 말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까지 불렀다.

무엇보다 배경화면으로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악수 장면이 등장했다. 공연에서 유독 강조된 것이 바로 '우리민족끼리'의 '자주통일'이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 공연이 개최된 시기였다. 때는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발사를 한 직후였다. 실제로 이 공연에서는 무대설치로 은하 3호 모형이 등장했다. 2013년 김정은의 육성으로 공개된 신년사에서도 최대의 성과와 업적은 단연 광명성 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공연에서 관객들은 이전의 공연 때와는 달리 객석 앞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통일이 강조되는 것은, 광명성 3호의 성공에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이다.

이 공연의 무대 배경화면 중에는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가 등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평양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바로 그 공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곡이 바로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곡이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서울공연에서도 그 때와 똑같이 한반도기(북한 표현으로는 통일기)가 무대 배경화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현송월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독창으로 불렀다.

원래 가사인 "태양조선 하나되는"을 "우리민족 하나되는"으로 바꾸었다 해서 정치색이 배제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민족끼리라는 메시지가 더 강조된 것이다.

2012년 광명성 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 직후 자주통일을 외치던 그 때나, 2017년 화성 15형의 성공적 발사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이제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지금의 상황이 동일하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으로서는 경제건설에 초점을 둘 것이다. 대북제재 상황에서 남한의 지원과 분위기 전환을 위해 평창올림픽은 아주 유용한 수단과 기회가 되었다.

김정은의 교시를 관철하기 위해, 북한 당국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이번 평창올림픽을 활용하고자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어떠한 공연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공연내용과 선곡에 대해 사전에 '요청'이 아닌 '요구'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 정치적 목적에서 공연을 활용하려 했기 때문에, 이미 그 순수성과 진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삼지연관현악단의 이번 공연이 북한의 체제선전과 같은 정치색을 최대한 빼고 남한을 배려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남한 가요를 연주했기 때문에 남한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했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공연에서 부른 남한 노래들은 북한에서 계몽기 가요, 연변 가요로 잘 알려진 곡들이다. 김정일이 평소 좋아했다는 노래도 다수 포함됐다. '사랑의 미로'라는 곡는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개사되어 불려지고 있는 곡이다.

김여정의 마지막 일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북한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얻고자 했던 '우리민족끼리'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경기장 관중석에 '우리민족끼리'를 새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고, 공연장에서는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노래가 불려졌다.

강릉 공연과 달리 서울 공연 때는 무대 배경화면에 실제로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가 선명하게 제시됐다. 이번 공연은 북한의 치밀한 의도와 전략이 빚어낸 음악정치의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여정이 오는 길을 먼저 닦으며 치밀하게 공연을 준비한 현송월에게 박수를 쳐 주어야 할까? 아니면 공연 내용과 선곡까지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개최에만 급급하여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간 우리 정부를 탓해야 할까?

필자는 '통일의 오직 한 길'을 늘 강조한다. 통일이 되면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지하자원을 합쳐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를 원해서가 아니다. 21세기 신(新)이산가족으로 살고 있는, 고향이 북쪽인 탈북민들에게 통일은 "두고 온 고향, 두고 온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한 사람에 의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절규가 있는데, 우리는 그 한 사람의 동생에게 머리 조아리고 평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를 찾아 이 땅에 온 탈북민들에게 부끄러운 마음까지 든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가 아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키고 민주화를 이룩한 선배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이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갈갈이 찢겨지고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일 없이는 결코 평화롭지 않다. 독재자와 핵무기를 그대로 둔 채 겉으로만 갈등과 전쟁이 없다고 말하는 소극적 평화는 나쁜 평화다. 김정은의 음악폭탄이 터진 것을 애써 모른 채 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특별기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음악폭탄’ 터트리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 저자 출처: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309614


박동현 기자  p7650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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