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최대 규모 FPSO로 기대, 유력했던 현대重 제치고 수주, 건조 시작단계 손실 7000억,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 높아
"에지나"에 핵심인력 대거 투입… 다른 사업들까지 차질 생겨
삼성중공업이 2013년 6월 30억달러(당시 환율로 약 3조4000억원)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프로젝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제 막 본격적인 건조가 시작된 단계인데도 손실이 벌써 약 7000억원 발생했고, 앞으로 건조가 진행될수록 손실이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막대한 수주 금액만 보고 계약을 가로채다시피 했다가 독배(毒杯)를 들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에지나 '뒤집기 수주'로 독배
에지나 프로젝트는 오는 2017년까지 나이지리아 서쪽 130㎞ 해상에 길이 330m, 폭 61m, 높이 34m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2013년 수주 당시만 해도 사상 최대 규모 FPSO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입찰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2년 상반기에 현대중공업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내정됐지만, 뒤늦게 수주전에 뛰어든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을 따돌리고 발주처인 프랑스 토탈과 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업계에선 토탈이 끝까지 현대중공업을 미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에 대해 '에지나 미스터리'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삼성중공업은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없고 FPSO 건조 경험도 적어 수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연도별 해양 플랜트 수주액 그래프]삼성중공업은 막판 뒤집기로 수주 계약을 따낼 때만 해도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제는 한숨 소리만 커져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당초 원유 생산을 담당하는 상부 구조물(topside)의 절반 정도를 나이지리아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열악한 현지 사정 때문에 건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나이지리아 연방법원이 건조 계약 조건이 부당하다는 점을 들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에지나 프로젝트 지연에 따라 지난해 1분기 약 4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3000억원의 손실을 추가로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건조 작업이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 1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다른 프로젝트에 악영향… 줄손실 발생"
에지나 프로젝트 때문에 다른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 지연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된 엔지니어와 숙련 작업자를 대거 에지나 쪽에 투입하면서, 다른 프로젝트의 건조 작업이 덩달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自評)하고 있는 드릴십(상선처럼 생긴 시추선)마저 최근 인도가 잇따라 늦어져 발주사에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에지나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면서 "건조 경험이 적은 플랜트인 데다가 설계 변경까지 잦아 공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해양 플랜트 선두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 설계·공정관리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주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에 에지나 프로젝트의 모든 부실을 털어냈다"고 밝히고 있지만,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衆論)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늦어도 내년까지 골치 아픈 해양 플랜트 인도가 대부분 끝나지만, 삼성중공업은 2019년 상반기까지도 일정이 잡혀 있다"며 "어느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